커피 좋아하는 것을


"어린이는 먹으면 머리 나빠진다"
우리는 어리니깐 이 말을 믿는다. 부모님들이 세뇌 시키듯 되풀이 하시는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 돈 잘버는 - 어른이 되어라'를 지키기 위해, 궁금하지만 절대 함께 맛 볼수 없는 인스턴트 커피를 보며 입 맛만 다시던 어린 시절 그 때가 커피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때이다. 

"졸리니 커피 한 잔?"
고등학생때는 항상 잠이 오니 마셔보자 한 게 '레쓰비'.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깨 있던 그 때는 아마 뭘 마셔도 결국 잠이 들었을테니 레쓰비가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결국 당만 충전하고 야자 시간엔 잠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차 한잔 마실까?"
대학에 와서 친해지길 시작한 사람들과 처음 마셨던 모카. 커피를 모르는 나는 이름이 이뻤던 모카를 시켰다. 달달한 초코와 씁쓸한 커피의 조화가 신기했다.  생각보다 맛있었던 커피. 어른들이 머리 나빠진다 길길이 날뛰며 못 마시게 한 이유가, 사람을 커피 자체의 각성효과에 의한 조증 또는 초긍정적 상태로 만듬은 물론 커피의 후유증 - 나 같은 경우는 속쓰림 - 때문이었다면, 그들의 방해를 이해 할 수 있을 정도로 커피의 후유증은 강했다. 하지만 어쩌나, 나는 이미 맛을 알아버렸다. 

"한참 커피 마실 땐 에스프레소 맛있는 집만 골라 다녔어."
커피에 의한 불면증과 속쓰림에 시달리던 나는 결국 커피와 잠시 멀어지게 되었고 그래서 핫초코를 시키는 - 특히 저녁 약속땐 더더욱 - 일이 일상이 되었던 때가 있었다. 그는 핫초코를 시키는 나를 귀엽다 하였고, 어리게 보이고 싶지 않았던 나는 모카를 다시 마시기 시작하였다. 에스프레소는 오래 두고 마시면 산화되어 맛이 없어진다는 그는 라떼도 단숨에 들이켰다. 나는 아직도 모카를 반 밖에 마시지 않았는데, 내가 이 커피를 다 마시면 그는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겠지. 나는 커피를 천천히, 커피 밑의 초콜렛이 차가워져 더 이상 마시기 힘들어 질 때까지, 느리게 느리게 마셨다. 라떼를 마시는 그의 모습을 따라 나는 이제 라떼를 마신다. 화이트 커피 중 가장 많은 우유가 들어간 라떼는 생각보다 순해서 어쩌면 모카보다도 나았다. 하지만 어느 곳의 라떼는 씁쓸했고, 어떤 곳은 우유맛만 맹하니 났다. 나는 씁쓸한 라떼를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뿌듯했다. 커피를 마시는 진짜 어른이 된 것 마냥.

휴일 아침에 일어나 인스타그램을 열어 카페를 검색한다. 정도껏 꾸며진 인테리어와 음식이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골라 아침과 점심 사이 집에서 느지막히 외출 준비를 한다. 어떤 음료를 드릴까 묻는 직원에게 라떼 한 잔을 읊조린다. 라떼가 나오면 후릅, 맛을 본다. 씁쓸하다, 그럼 행복하다. 우유맛이 진하다, 그럼 조금 실망한다. 설탕을 넣을까 말까 고민하다 반 스푼만 넣기로 한다. 따뜻한 커피를 두 손에 쥐고 주변을 훑어 본다. 전등이 이쁘네, 우리집에도 하나 달았으면, 신문을 읽어 볼까, 아니다 너무 길다, 케익이 맛있어 보이네, 집에 갈 때 하나 사 갈까, 의자가 멋지다, 어디서 살 수 있을까, 휴대폰으로 검색을 한 번 해본다. 라떼를 반 쯤 마시고 나면 식사가 나온다. 빵 위에 아보카도 스매쉬. 빵 한 입 먹고, 라떼 한 모금 마시고, 햇살 한 번 받고, 사람 구경하고, 해야할 일 생각하고, 하고 싶은 일 생각하고, 그럼 행복해 지고. 휴일 점심은 이렇게 지나간다, 내가 좋아하는 라떼와 함께. 


- 그냥


나는 누구도 나를 알지 못했으면 하면서도 나에 대해 알길 원한다. 그래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공개된 곳에 적어보기로 했다. 아는 사람에겐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에게 대놓고 말하며 나의 비밀을 하나씩 꺼내보기로 한 것이다. 조금 소심한 방법이긴 하지만 나는 안전한 방법을 택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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